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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농산물 사주고 일자리 주고 … 어르신 웃음꽃 핀‘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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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7-09 09:15내용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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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의 대표 먹거리인 ‘연꽃빵’을 만드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주민들이다. 이들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월급보다 더 큰 기쁨”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정현 기자]
농산물 사주고 일자리 주고 … 어르신 웃음꽃 핀‘세미원’
[중앙일보] 입력 2015.07.01 00:14 / 수정 2015.07.01 00:50
연 40만 명 찾는 양평군 연꽃 정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원종례(65·여)씨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여름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연꽃 가득 핀 거 봤어요 다들?” 원씨의 들뜬 목소리에 빵에 연꽃 문양을 넣던 함태분(64)씨가 맞장구를 친다. “올해 축제 대박나겠어.” 맏언니 고양숙(69)씨가 동료들을 재촉한다. “손님 몰리겠어. 어서 빨리 굽자고.”
지난달 29일 오전 양서면의 연꽃 정원 ‘세미원’ 입구 빵가게의 노인 직원들은 이번 주말 시작될 연꽃 축제 생각에 벌써부터 흥이 나는 모습이었다. 양서면 주민인 이들은 모두 ㈜실버앤골드 직원이다. 유기농 팥에 연근과 연씨 가루를 섞어 구운 어린아이 주먹만한 연꽃빵(사진)이 이들의 대표 상품이다. 연꽃빵은 세미원에서 하루 600상자씩 팔리고 있다. 연꽃 피는 7월이 반갑기는 양서면 목왕3리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연꽃빵을 가득 채운 팥을 이들이 재배해 납품하기 때문이다. 목왕3리는 주민 127명 중 31명이 65세 이상인 마을이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세미원은 20만㎡ 면적의 수생식물 정원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양평의 명소 세미원이 노인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마당이 되고 있다.
세미원에 관광객이 모여들자 지역 주민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농산물을 팔고 싶어했다. 하지만 노인층이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소비자의 눈을 끌 포장·가공·마케팅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긴 게 실버앤골드였다. 실버앤골드는 2013년 12월 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세미원 초기 조성을 맡았던 (사)우리문화가꾸기회가 공동 설립한 고령자 친화기업이다. 19명 직원 중 16명이 60세 이상이다. 노인 직원들은 연꽃빵 매장과 연 전문음식점 ‘청춘연가’에서 하루 4~5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 월 6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실버앤골드와 지역 노인들이 손잡은 것은 지난해 봄부터다. 음식 만들기와 판매뿐 아니라 재료 공급도 노인들 스스로 해보자는 취지였다. 지역 노인들의 소득 향상에 목말랐던 목왕3리 노인회가 나섰다. 회사는 선투자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팥종자를 구입해 나눠줬고, 노인들은 신이 나서 밭을 일궜다. 실버앤골드는 노인 37명이 재배한 2250만원어치의 팥을 전량 수매해 연꽃빵에 넣었다. 양평군도 행정 절차를 돕고 연꽃빵 매장 임대료를 지원해 힘을 보탰다.
지난해 7~12월 연꽃빵은 2억원어치나 팔렸다. 올해는 3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근교(75) 목왕3리 노인회장은 “우리 같은 늙은 농사꾼들에게는 판로가 보장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며 “노인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니 외로움과 무료함도 사라졌다”고 반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3.1%다. 이 비율은 양서면으로 오면 20.8%로 뛴다. 통계청은 2026년 국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서면의 노인 일자리 창출은 다른 지자체에도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박용주 노인인력개발원장은 “양서면의 사례는 일자리는 물론 지역 노인들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국 60여 개 고령자 친화기업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연수 앙평군 노인복지팀 주무관은 “소문이 나면서 다른 시·군 공무원들도 종종 견학을 온다”고 전했다.
세미원은 오는 4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제3회 연꽃문화제’를 연다. 도예 체험, 연꽃 전시를 비롯해 연자국수·연잎밥·연자유 등 건강음식을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훈석 세미원 대표는 “꾸준히 수익을 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노인 소득 증대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중앙일보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세미원의 대표 먹거리인 ‘연꽃빵’을 만드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주민들이다. 이들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월급보다 더 큰 기쁨”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정현 기자]
농산물 사주고 일자리 주고 … 어르신 웃음꽃 핀‘세미원’
[중앙일보] 입력 2015.07.01 00:14 / 수정 2015.07.01 00:50
연 40만 명 찾는 양평군 연꽃 정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원종례(65·여)씨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여름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연꽃 가득 핀 거 봤어요 다들?” 원씨의 들뜬 목소리에 빵에 연꽃 문양을 넣던 함태분(64)씨가 맞장구를 친다. “올해 축제 대박나겠어.” 맏언니 고양숙(69)씨가 동료들을 재촉한다. “손님 몰리겠어. 어서 빨리 굽자고.”
지난달 29일 오전 양서면의 연꽃 정원 ‘세미원’ 입구 빵가게의 노인 직원들은 이번 주말 시작될 연꽃 축제 생각에 벌써부터 흥이 나는 모습이었다. 양서면 주민인 이들은 모두 ㈜실버앤골드 직원이다. 유기농 팥에 연근과 연씨 가루를 섞어 구운 어린아이 주먹만한 연꽃빵(사진)이 이들의 대표 상품이다. 연꽃빵은 세미원에서 하루 600상자씩 팔리고 있다. 연꽃 피는 7월이 반갑기는 양서면 목왕3리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연꽃빵을 가득 채운 팥을 이들이 재배해 납품하기 때문이다. 목왕3리는 주민 127명 중 31명이 65세 이상인 마을이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세미원은 20만㎡ 면적의 수생식물 정원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양평의 명소 세미원이 노인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마당이 되고 있다.
세미원에 관광객이 모여들자 지역 주민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농산물을 팔고 싶어했다. 하지만 노인층이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소비자의 눈을 끌 포장·가공·마케팅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긴 게 실버앤골드였다. 실버앤골드는 2013년 12월 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세미원 초기 조성을 맡았던 (사)우리문화가꾸기회가 공동 설립한 고령자 친화기업이다. 19명 직원 중 16명이 60세 이상이다. 노인 직원들은 연꽃빵 매장과 연 전문음식점 ‘청춘연가’에서 하루 4~5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 월 6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실버앤골드와 지역 노인들이 손잡은 것은 지난해 봄부터다. 음식 만들기와 판매뿐 아니라 재료 공급도 노인들 스스로 해보자는 취지였다. 지역 노인들의 소득 향상에 목말랐던 목왕3리 노인회가 나섰다. 회사는 선투자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팥종자를 구입해 나눠줬고, 노인들은 신이 나서 밭을 일궜다. 실버앤골드는 노인 37명이 재배한 2250만원어치의 팥을 전량 수매해 연꽃빵에 넣었다. 양평군도 행정 절차를 돕고 연꽃빵 매장 임대료를 지원해 힘을 보탰다.
지난해 7~12월 연꽃빵은 2억원어치나 팔렸다. 올해는 3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근교(75) 목왕3리 노인회장은 “우리 같은 늙은 농사꾼들에게는 판로가 보장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며 “노인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니 외로움과 무료함도 사라졌다”고 반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3.1%다. 이 비율은 양서면으로 오면 20.8%로 뛴다. 통계청은 2026년 국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서면의 노인 일자리 창출은 다른 지자체에도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박용주 노인인력개발원장은 “양서면의 사례는 일자리는 물론 지역 노인들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국 60여 개 고령자 친화기업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연수 앙평군 노인복지팀 주무관은 “소문이 나면서 다른 시·군 공무원들도 종종 견학을 온다”고 전했다.
세미원은 오는 4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제3회 연꽃문화제’를 연다. 도예 체험, 연꽃 전시를 비롯해 연자국수·연잎밥·연자유 등 건강음식을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훈석 세미원 대표는 “꾸준히 수익을 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노인 소득 증대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중앙일보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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